공직 사회를 뒤흔든 비극적 죽음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사무관과 주무관이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잇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사회적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사망한 사무관의 경우, 생전에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제보가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죽음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극이며, 조직 내 갈등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는 상황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실시한 202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359명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약 10%인 39명은 자살을 떠올린 것으로 나타나, 전체 직장인의 4%가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셈이다. 괴롭힘의 주 대상이 대리급 이하 부하 직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입사 5년 미만의 20대 청년층에서는 이 수치가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 내 약자인 청년들의 경제적 지위와 직결된 이 문제는 결국 청년 문제로 귀결된다.
제도적 한계와 직장 민주주의의 필요성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법안은 이미 마련되어 있으나, 실질적인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 근로기준법이 주로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에 대한 법적 적용에는 한계가 있으며, 부하 직원이 상사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퇴사 전 보호를 요청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더욱 정교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푸르동은 대안 화폐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19세기에 '산업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현대적 관점에서 기업 내 민주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20세기에 들어 '직장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정착되면서, 조직 내 부당한 횡포와 괴롭힘 역시 민주주의의 범주 안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럼볼은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논문을 통해, 직장 민주주의를 수직적 군대 질서에서 수평적 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군대식 문화와 혁신 경제의 충돌
전통적으로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조직은 상명하복의 군대식 운영 방식을 고수해 왔다. 이는 과거 유럽의 제국주의 시대나 일본의 군국주의 시절 기업 문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중앙 집중형 수직 구조에서 분산형 수평 구조로의 전환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직적 질서는 공공 부문에서도 여전하다. 장관의 호통이 실장과 국장을 거쳐 실무 공무원에게 전달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민간 기업은 혁신을 위해 의사결정을 간소화하고 실무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추세인 반면, 일부 지자체는 오히려 단체장의 권력이 강화되며 군사조직식 경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호통치는 장관들이 늘어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괴롭힘 방지법 이후 사적인 갑질은 줄었을지 몰라도, 군대식 성과주의와 강압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현장에서는 군대식 돌격전으로 변질되는 현상은 선진국형 민주주의 정권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청년의 창의성을 가로막는 낡은 질서
경제는 돌격전이나 총력전이 아니며, 상부의 지시가 하부로 무분별하게 던져지는 군대식 조직은 인공지능(AI) 시대의 혁신 경제와 맞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직장들은 군대 문화에 익숙한 상사와 탈군대 문화를 지향하는 청년들 사이의 갈등을 겪고 있다. "하라면 해" 식의 명령은 청년들의 창의적 에너지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행정은 군대가 아니며, 윤석열 정부나 이재명 정부 모두 이러한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정해진 답이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업무 중 발생하는 갈등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것이 한국 자본주의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열쇠다. 조직을 군대식이 아닌 민주적 체제로 운영하여 청년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