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유 부족 사태 속 수출 물꼬 튼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여파로 인해 시행되었던 경유 수출 제한 조치가 일부 완화된다. 전 세계적으로 경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한국산 경유를 확보하려는 해외 국가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으나, 그간 정부의 수출 제한 규제로 인해 국내 정유사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정부는 최근 원유 도입 여건이 안정화되고 국내 경유 소비량이 줄어든 점을 반영하여 수출 확대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29일 발표를 통해 정유사가 국내 시장에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고 적정한 재고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경유의 추가 수출 허용 범위를 전년 동월 대비 110% 이내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3일 석유 최고가격제가 도입되면서 석유제품의 수출량은 전년 동월의 100%를 넘지 못하도록 묶여 있었으나, 이번 조치로 경유에 한해 수출 한도가 10%p 높아진 것이다. 정유사들은 이번 주부터 추가 수출을 위한 신청을 시작하며, 실제 완화된 기준은 오는 11월 수출 물량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안정적인 재고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국내 수급 상황의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산업부의 분석에 따르면 10월과 11월의 원유 도입량은 지난해 월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확보된 상태다. 또한, 국내 경유 소비량 역시 지난 3월 둘째 주부터 10월 셋째 주까지 전년과 비교해 7.2% 감소하며 충분한 재고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국제 석유 시장에서 정제 부문의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동 지역의 정유 시설 가동에 차질이 생기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 그리고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축소 등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경유 공급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5위권의 정제 능력을 보유한 한국 정유업계는 그동안 지속적인 해외 요청을 받아왔다. 일례로 지난 8월에는 주한 호주대사관 관계자가 대한석유협회를 찾아 협력을 요청했으며, 5월에는 뉴질랜드 정부 관계자들이 SK에너지를 방문해 안정적인 공급을 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수출 제한 규정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익 중심의 유연한 대응과 수급 안정 원칙
정부는 앞으로 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석유제품 공급을 요청할 경우 수출 한도를 유동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요청 서한을 통해 유종과 물량, 공급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국내 수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익 부합 여부와 국제 제재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의 수급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산업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국내 수급 상황을 면밀히 살필 것이며, 만약 수급 악화 징후가 포착될 경우 즉각 기존의 수출 제한 기준으로 회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