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이어질 메모리 수급 불균형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향한 투자 열풍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오는 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공장 구축과 장비 확보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 때문에 단기간 내에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내년에 판매될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을 이미 전량 매진시켰다.
삼성전자는 29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가속화되고 퍼스널 AI 에이전트가 확산됨에 따라 2027년에도 전례 없는 메모리 수요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8년까지도 공급이 빠듯한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설투자 규모는 내년에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비용 중 상당 부분이 신규 생산 공간 확보에 투입되는 점과 건설비 및 장비 가격 상승 등의 변수로 인해 2028년까지 즉각적인 생산량 증대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장비 납기가 길어지는 점도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차세대 HBM 전환과 매출 구조의 변화
차세대 제품으로의 전환 과정 역시 공급 확대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HBM4E(7세대)와 HBM5(8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칩 면적이 넓어지는 특성이 있어, HBM 생산을 늘릴수록 범용 D램의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를 갖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되, 시장의 수요 변화에 맞춰 장비를 탄력적으로 도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HBM 사업 부문에서는 판매 확대와 차세대 제품으로의 전환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분기 HBM4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3배 이상 급증했으며, 전체 HBM 매출 내 비중도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로써 전체 D램 시장 점유율과 맞먹는 수준의 HBM 점유율 확보라는 목표를 3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
내년도 공급 협상도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회사는 2027년 HBM 공급 물량이 제품 경쟁력을 반영한 목표가로 협의되어 이미 완판된 상태라고 밝혔다.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추가 공급을 원하는 요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HBM4E의 경우 내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장기 공급 계약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10곳의 대형 고객사와 계약을 마쳤으며, 추가로 10곳의 주요 고객사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계약 대상은 기존 클라우드 및 서버 기업을 넘어 모바일, 자동차, 네트워크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장기 공급 계약 비중을 생산 능력 대비 60~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AI 수요 확산에 따른 낸드 및 파운드리 전략
AI 수요는 낸드플래시 시장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에이전틱 AI의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키밸류(KV) 캐시' 데이터의 급증으로 고성능·고용량 서버용 SSD 수요가 늘고 있으며, 개인용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고용량 QLC SSD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강세는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져,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평균판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약 20%, 낸드는 10% 후반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회사는 내년 모바일과 PC 시장의 수요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AI 서버 인프라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HBM, 고성능 DDR5, 고용량 서버용 SSD를 중심으로 판매 구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AI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나노 수주 과제 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는 고성능컴퓨팅(HPC)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능력 확충을 위해 국내외 투자를 병행하고 있는데, 현재 선단 공정의 증설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 국내의 신규 팹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테일러 공장은 첫 번째 팹의 클린룸 가동과 설비 반입을 시작했으며, 추가 팹 건설을 통한 생산 능력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