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돌봄의 날 맞아 공동 대응 나서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을 기념하여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돌봄의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고 현장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양대 노총을 비롯해 참여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들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 4당은 2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돌봄의 공공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민주노총 소속 돌봄노동자들이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 예산안 내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23년 유엔(UN) 총회는 돌봄이 가족이나 개인의 사적 영역에 머물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할 보편적 기본권이라는 취지 아래 10월 29일을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로 공식 지정한 바 있다.
돌봄기본법 제정과 공공시설 확충 요구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무엇보다 돌봄기본법의 제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의 주체임을 명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성별이나 연령,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돌봄을 받고 또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 전체 복지시설의 90% 이상을 민간이 점유하고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비중이 2% 미만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국공립 시설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회서비스원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의 확대를 통해 아플 때 쉴 권리를 보장하고,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전은경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돌봄이 삶의 전 과정에서 수행되어야 하는 필수적 사회기능임을 강조하며, 국가가 시민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생애주기별 돌봄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류제강 정책2본부장 또한 돌봄은 공동체와 우리의 삶을 지키는 일이며,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노동의 미래라고 역설했다.
130만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위한 예산 확보 촉구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한 민주노총 돌봄노동자들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전국 130만 명에 달하는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예산을 반드시 반영하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이들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전년 대비 12.8% 증가한 821조 원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노정협의에서 합의된 기본급 및 교통비 등 각종 수당 인상분이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향해 행진하며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주 15시간 미만으로 계약하는 이른바 '월 59.5시간 쪼개기 계약'과 숙련도를 무시하는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를 문제 삼았다. 그는 돌봄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취급받으며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돌봄 노동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등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돌봄 노동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