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와 태양시의 충돌이 부르는 항법 오류

바닷새가 먼 거리를 신속하게 이동할 때 내부의 생체시계와 외부의 태양시가 일치하지 않아 방향 감각을 상실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길퍼드 교수팀은 지난 30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동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생체시계와 태양시 사이에 오차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야생 동물의 자연스러운 이동 중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만약 위치를 파악해 비행 경로를 수정하는 능력이 부족한 개체라면 오차가 누적되어 최종 목적지가 수백 킬로미터나 차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물은 이동 시 별자리나 태양, 지구 자기장 등을 나침반처럼 활용해 방향을 설정한다. 특히 태양을 길잡이로 삼을 때는 하늘에서 이동하는 태양의 위치에 맞춰 자신의 방향을 계속 보정해야 하는데, 이 메커니즘에 내부 생체시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동물이 동서로 빠르게 이동할 경우 현지의 태양시와 생체시계가 어긋나며 인간의 시차증과 유사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실험을 통해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북극권 철새의 이동 경로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관찰되었으나, 이것이 순수하게 생체시계의 문제인지 혹은 지구 자기장의 변화 때문인지는 아직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맹크스슴새 추적을 통해 입증된 태양 나침반의 영향

연구팀은 생체시계가 태양시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방향 오차를 검증하기 위해, 영국 스코머 섬 인근에서 번식하는 맹크스슴새 1,045마리를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번식지에서 서쪽으로 최대 1,000km 떨어진 대서양의 먹이 활동지를 오가는데, 연구팀은 GPS로 수집된 3,688건의 비행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육지가 보이지 않는 먼 바다에서 돌아오는 슴새들은 생체시계와 태양시의 차이가 클수록 실제 비행 방향이 그 오차만큼 어긋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지구 자기장 변화 모델보다 태양 나침반 오차 모델로 설명했을 때 훨씬 정확하며, 슴새가 육지가 없는 곳에서 태양을 주요 항법 단서로 사용함을 입증한다.

이러한 태양시의 영향은 해안선을 따라 비행할 때도 나타났다.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태양 나침반에 의한 방향 편차가 해안선 방향과 맞물리면 새들이 해안에 더 밀착해 날아가는 양상이 포착된 것이다. 다만 관찰된 방향 오차는 최대 약 15도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슴새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경로를 재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로 인한 이동 거리의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1,000km를 이동해 돌아오는 새가 평균 7도의 방향 오차를 겪더라도 실제 이동 거리는 약 5km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경도를 따른 빠른 이동이 동물의 다른 생리적·행동적 과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시사하며, 야생 동물 시간생물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