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투자 심리와 엇갈린 글로벌 증시

국내 증시가 고점 대비 40%가 넘는 급락세를 보이면서 시장 내 비관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장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최근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온 미국이나 대만 증시의 흐름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혁신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단기적인 투자 심리 회복에만 급급했던 '증시 밸류업' 정책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투자 부적합' 경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현상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규모는 이미 2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블룸버그가 한국을 향해 "투자하기 부적합한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한 점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주식은 이제 매력적인 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도체 편중 구조와 사이클 산업의 숙명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같은 정부의 실책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쏠린 증시 구성에 있다.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 기대치에 힘입어 이례적인 급등을 기록했으나, 최근의 급락 역시 반도체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메모리 수요가 견고하더라도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될 경우 언제든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으며, 중국 기업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 또한 거세다. 가격 상승과 투자 확대가 공급 과잉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는 사이클 산업의 숙명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 생태계 조성이 정공법이다

미국 증시의 상위 종목들이 플랫폼 생태계를 지배하는 기업이나 AI 반도체, 서비스 분야의 혁신 기업들로 채워져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이다. 또한 자동차와 배터리처럼 경기 변동과 설비투자 사이클에 민감한 제조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자본은 결국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투자하는 법이다.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자본시장 구조 개편도 필요하지만, 자본시장 자체에만 집중된 대책은 한계가 명확하다. 신산업 진입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철폐하고 실패한 창업자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이 끊임없이 배출되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글로벌 자본을 유인할 수 있는 유일한 정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