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 걸리던 정리 기간, 3~4일로 대폭 단축

금융권의 부실이 전체 시장의 시스템적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실 금융기관을 단 3~4일 안에 정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기존에 약 150일가량 소요되었던 정리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른바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다음 달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진행한 뒤, 이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미국 SVB 사태와 비교해 본 국내 제도의 한계

이번 제도 개선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대응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일례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예금 전액이 가교은행으로 이전되는 데 단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반면 국내는 부실 징후가 포착된 시점부터 계약 이전까지 통상 150일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처럼 정리가 지연될 경우 부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으며, 예금 인출 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 결정 이후에도 부실 규모가 약 3조 9천억 원 가량 추가로 늘어났다고 추산했다.

수의계약 도입과 이해관계자 보호 장치 마련

신속정리제도의 핵심은 각종 행정 절차를 면제하여 주말을 포함하더라도 정리 기간을 3~4일 내로 압축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경쟁입찰 방식 대신 수의계약을 허용하거나, 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결합심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다만 급격한 절차 생략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병행된다. 주주나 채권자가 입게 될 손실이 일반적인 청산·파산 절차를 거쳤을 때보다 클 경우, 그 차액만큼을 예금보험기금에서 보전해 주는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엄격한 발동 조건과 적용 대상 제한

해당 제도는 부실이 금융시장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고, 다른 수단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긴급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제도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모든 금융사가 대상은 아니다. 예금보험기금을 통한 지원이 불가능한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이번 신속정리 대상에서 제외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