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기 부정행위 방지 지침에 교사단체 반발
수능 시험을 앞두고 교육 당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안경 등 최신 전자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으나, 교육 현장의 교사 단체들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부정행위를 차단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정작 기기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장비나 명확한 판별 기준, 그리고 분쟁 발생 시 교사를 지켜줄 보호 체계가 전무한 상태에서 단속의 의무만 현장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AI 안경은 안경테에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도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경기교사노조는 지난 26일 성명을 발표하며, AI 안경을 확인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면 그에 수반되는 인력과 시간, 판단 절차 및 책임 또한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반 안경을 착용한 학생이 근거 없는 의심을 받거나, 확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란으로 인해 다른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까지 고려하는 것이 교육 당국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후에 교사가 매뉴얼을 준수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교육 당국이 애초에 매뉴얼을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한계를 교사의 육안에만 의존하게 하면서, 미적발 사례나 갈등 상황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응 매뉴얼과 교사들의 연대 운동
경기교사노조는 전국중등교사노조와 협력하여 오는 29일까지 수능 운영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전국 단위 교사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해당 요구안을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최근 배포한 '2027학년도 수능 주요 상황별 대처요령 시나리오'에 따르면, AI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안경 착용이 의심되는 수험생을 발견했을 때의 대응 지침이 명시되어 있다. 지침에 따라 감독관은 의심되는 수험생에게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두도록 요청해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정행위 처리 절차를 안내해야 한다. 감독관은 배포된 영상이나 책자를 토대로 스마트 안경의 특징을 점검하되, 판단이 모호할 경우 시험관리본부나 동료 감독관과 협의해야 하며, 의심 사례에 대한 확인은 해당 교시가 끝난 뒤에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전교조 역시 논평을 통해 교육부의 지침을 비판했다. 전교조는 스마트 안경을 식별할 수 있는 전문 장비나 구체적인 판별 기준이 미비한 상황에서, 감독관들에게 기기 식별부터 수험생과의 갈등 관리까지 맡기는 것은 지나친 부담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일반 안경을 스마트 안경으로 오인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이나 법적 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교육 당국이 감독관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교원 단체들의 공동 대응 및 수능 규정
한국교총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첨단 전자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 여부를 감독관 개인이 판단하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당국이 실질적인 확인 기준과 대응 절차를 확립하고, 확인 과정에서 파생되는 각종 민원으로부터 감독관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국중등교사노조는 지난 15일부터 수능 운영의 위험과 부담이 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한 바 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험생 유의사항을 통해 수능 시험 도중 스마트 안경을 착용할 경우 해당 시험은 무효 처리되며, 향후 1년 동안 응시 자격이 정지된다는 엄격한 규정을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