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일의 재편을 선도하는 젠스파크의 방식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금, 직장인 대부분이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다양한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과물까지 만들어내는 '팀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가장 앞서 보여주는 기업 중 하나가 젠스파크(Genspark)다.
젠스파크는 25일 여러 생성형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하나로 묶어 문서 작성이나 리서치, 코딩 같은 업무를 사람 대신 처리하고 결과물까지 만들어주는 AI 워크스페이스 플랫폼 기업임을 밝혔다.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답게 젠스파크는 사내 업무에도 자사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복 업무는 AI가, 사람은 판단·창의성 집중
젠스파크의 HR을 총괄하는 톈 우(Tian Wu) 피플·오퍼레이션 총괄 겸 CoS(Chief of Staff)는 <블로터>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반복적인 수작업은 AI 에이전트에 맡기고 사람은 판단·창의성·의사결정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AI 워크스페이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총괄은 "AI 도입 이후 1~2년 사이 직무 이름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반복 업무의 상당 부분을 젠스파크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하게 되면서 직원들은 좀 더 전략적인 업무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해 회사 주요 제품 중 하나를 직접 만들고 업무 흐름에서 어떤 부분이 비효율적인지 찾아낸 후 자사의 '슈퍼 에이전트(Super Agent)'를 활용해 그 업무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 구축 엔지니어' 직무가 생겼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를 위해 회사가 별도의 교육 예산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젠스파크는 특정 제품이나 활용 사례를 주제로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어 직원들이 AI를 쓰는 업무 방식이나 효과를 봤던 프롬프트 작성법을 서로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이 AI를 쓸 때 소모하는 토큰(AI 사용량 단위) 양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모든 직원이 AI를 최대한 자유롭고 효과적으로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 총괄은 "마케팅팀은 자사 제품인 'AI 슬라이드'로 고객 제안 자료를 만들고 디자이너는 'AI 디자인'으로 제품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며, HR팀은 '젠팀(GenTeam)'을 기반으로 만든 'HR 매니저 에이전트'를 통해 복리후생과 관련된 반복적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며 "회사 전체가 자사 제품의 첫 번째 사용자"라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체감된다. 젠스파크에서 대외협력·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넬리 타라토린(Nellie Taratorin) 총괄은 "과거에는 프레젠테이션 자료 하나를 기획하고 완성하는 데 1~2주가 걸렸지만 지금은 1~2시간 안에 기획과 디자인까지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시보드도 예전에는 전문 인력이 세팅해줄 때까지 며칠에서 몇 주를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필요한 인사이트를 몇 분 안에 정리하고 확인할 수 있다"며 "제품 내 버그 역시 수시간 안에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 해결을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채용은 오히려 늘었다…달라진 것은 '일의 방식'
이러한 변화 덕에 젠스파크는 회의 일정만 관리하는 임원 비서나 일정 조율만 담당하는 채용 코디네이터, 잠재 고객을 찾아 처음 연락만 돌리는 영업개발담당자(SDR)처럼 정해진 절차를 반복하는 포지션은 더 이상 따로 채용하지 않는다.
AI가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 총괄은 젠스파크의 상황은 정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AI 도입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거나 채용을 중단한 적은 없다"며 "오히려 시장에서 확인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접근 방식은 사람을 AI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쪽이다.
대신 새로 채용하는 직원들에게는 반복적인 수작업에 쓰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결과에 대한 더 큰 책임과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역할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영업팀은 더 이상 잠재 고객을 일일이 찾아내고 처음 연락을 돌리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이런 탐색과 초기 접촉은 젠스파크 에이전트가 맡고 영업 담당자는 메시지 전략을 세우고 실제 고객과의 대화를 진전시키는 데 집중한다. 채용팀도 마찬가지다. 일정 조율은 에이전트가 처리하고 채용 담당자는 후보자가 전체 채용 과정에서 겪는 경험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앞으로의 변화와 각광받을 인재
우 총괄은 앞으로 1~2년 사이 더 수평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 희미해지는 직무간 경계, 채용과 평가기준의 변화 등의 주요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능력을 가진 인재가 어떤 직무에서 더 각광받을까.
우 총괄은 "더 유연하고 실행력이 높은 크로스펑셔널(Cross-functional) 팀이 확대되고 세분화된 직무 정의보다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따라 구성원에 대해서도 전략적 주도권, 판단력, 창의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개인의 시장 가치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타라토린 총괄은 "AI 자체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쓸 수 있게 되면 도구를 쓴다는 사실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며 "반복 가능한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고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정확히 평가하는 능력, 에이전트가 어떤 상황에서 실패하는지 파악하는 경험, 그리고 최종 판단에 필요한 해당 분야 지식을 쌓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능력은 프롬프트를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력과 AI 에이전트의 실행력을 결합해 믿을 수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