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기업들, 죄수의 딜레마 속 속도조절론에 흔들리는 경쟁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 이론적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각사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하되,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모순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속도조절론'을 가장 먼저 주장했던 앤트로픽이 새 모델의 조기 출시를 검토하면서, 이 이론의 설득력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앤트로픽, 속도조절론과 조기출시 사이에서

로이터 통신은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앤트로픽이 올해 11월 기업공개(IPO)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이 '아스트라'라는 모델을 앞세워 업계 선두 자리를 재탈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모델 공개 시점을 앞당길 카드에 손을 뻗게 됐다는 설명이다.

속도조절론을 선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던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이해 및 통제 능력을 압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개발 경쟁이 느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정작 말을 꺼낸 앤트로픽이 새 모델 출시 간격을 좁히는 모습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의 반격과 투자 행동

속도조절을 주장하는 기업들의 실제 투자 행동에서는 아직 컴퓨팅 축소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는 최근 2조5천억개 매개변수를 갖춘 '그록 4.8'의 사전학습을 완료했다고 언급했으며, 올트먼은 이달 29일 전후 다수의 신제품 출시를 예고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기업들의 실제 투자 행동에서는 아직 컴퓨트 축소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장다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이 아마존과 최대 5GW, 구글 및 브로드컴과 5GW의 차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용량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스페이스X의 콜로서스1에서 300MW 이상,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2만개 이상의 용량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던 메타가 신형 에이전트 '뮤즈'로 돌풍을 일으키며 선두주자들과의 격차를 급격히 좁히는 모습도 보인다. 박재환 연구원은 "모두가 속도를 조절할 경우 안전성을 높이고 통제실패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한 기업만 속도를 조절하면 개발을 지속한 경쟁사가 시장 점유율을 선점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시진핑, AI 패권 경쟁 속 소통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현지시간) 치열한 AI 패권 경쟁 속에서 양국 간 소통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안전 규제에 대해서는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시 주석 환영식 연설에서 슈퍼지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 주석의 방미 기간 안보와 기술 분야뿐 아니라 슈퍼지능이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오늘 이 분야에서 내리는 결정들은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평화와 번영을 촉진할 수 있다"며 "AI를 잘 발전시키고 규제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발전이 언제나 사람에 의해 통제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AI 개발뿐 아니라 안전한 관리와 인간의 통제를 함께 강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AI에 별도의 안전 체계를 추가하는 데는 비교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양국 간 AI 안전 규제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대조적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