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다시 깨어난 달 열기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디딘 지 반세기가 넘은 지금, 달 탐사의 목표가悄然히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누군가 먼저 달에 발을 딛느냐가 경쟁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곳에 오래 머물며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앞다퉈 달로 향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변화와 함께 달의 풍부한 자원과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자리 잡고 있다.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의 새 장 열기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것을 시작으로,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 유인 임무를 마칠 때까지 12명의 우주인이 달 표면을 걸었다. 이후 유인 달 탐사는 오랫동안 중단된 채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미국은 사람을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2030년을 목표로 유인 달 착륙을 준비 중이다. 인도와 일본도 달 탐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한국 역시 다누리 궤도선에 이어 직접 달에 착륙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1960~70년대 사람을 달에 보냈던 아폴로 계획의 뒤를 잇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이다. 2026년에는 우주비행사 4명이 탄 아르테미스 2호가 달 주변을 비행하며, 사람이 지구 궤도를 넘어 달 주변까지 간 것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의 일이었다. 우주비행사들은 지평선 너머로 지구가 지는 '어스셋'이라는 희귀한 순간을 목격했고, 우주방사선 노출량을 측정하며 비행 전후의 몸의 변화를 확인했다. 이는 앞으로 사람이 달에 오래 머물거나 화성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한 시도였다.
미국의 다음 목표는 달 표면이다. 2028년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이후 사람이 장기간 활동할 수 있는 달 기지를 만들어 미래 화성 탐사의 발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창어, 달 남극과 유인 착륙에 도전
중국은 '창어'라는 이름의 달 탐사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19년 창어 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켰고, 2020년에는 창어 5호가 달 표면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다. 2024년에는 창어 6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의 토양과 암석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다음 주자인 창어 7호는 2026년 말 달 남극의 물과 얼음을 탐사할 예정이다. 중국의 목표는 무인 탐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2030년까지 중국 우주인의 달 착륙을 추진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달에 유인 연구기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찬드라얀과 화성, 인도의 도전
인도는 2023년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달 남극 부근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 옛 소련,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이자, 달 남극 부근에 착륙한 첫 번째 나라가 됐다.
일본 역시 창어에 이어 달 남극을 관측하는 등 각국의 전략에는 차이가 있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달에 탐사선을 한 번 보내는 것을 넘어 사람이 활동하고 과학 탐사를 지속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달 표면에서 우주인이 장거리 이동하며 생활할 수 있는 가압식 탐사차량 개발 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달의 자원,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각국이 다시 달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달의 자원이다. 특히 관심을 받는 곳은 달 남극이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지역에 물이 얼음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2026년 말 창어 7호를 보내 달 남극의 물과 얼음을 탐사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지역의 얼음이 예상보다 적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정확한 양을 확인하려면 사람이나 로봇이 직접 달 표면을 탐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달은 더 먼 우주로 향하기 위한 준비 장소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유인 달 기지 건설과 자원 탐사, 화성 탐사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과거에는 달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달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간다, 다누리 다음 달 착륙
2022년 발사돼 달 주변을 돌며 표면을 관측하는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한 다누리는 한국 우주 탐사의 첫걸음이었다. 다음 목표는 직접 달에 착륙하는 것이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달 탐사 2단계 사업'을 통해 우리 기술로 달 착륙선을 개발하고, 달 표면을 탐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2032년 달 착륙을 위한 후보 지역을 약 30곳으로 압축했다. 착륙선이 10일 이상 표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과학적 탐사 가치가 높은지 등을 고려해 위도 40~70도 지역을 후보로 선정했으며, 최종 착륙 지역은 2026년 말 선정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은 민간기업이 주도해 소형 달 착륙선을 개발하고 2030년 국내 최초 달 착륙에 도전하는 계획도 올해 7월 발표했다.
한국이 만든 탐사장비도 2030년 달 표면으로 향할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 중인 달 표면 우주방사선 측정기는 민간 달 착륙선에 실려 달 남극으로 간다. 달 표면의 방사선을 측정해 향후 우주인이 달을 탐사할 때 받을 수 있는 방사선 위험을 알아보는 장비다.
결론
반세기 만에 다시 시작된 달 탐사의 목표는 단순히 '누가 먼저 가느냐'에 머물지 않는다. 달에서 무엇을 찾고, 얼마나 오래 활동하며, 그 경험을 이용해 얼마나 더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