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의 진짜 의미는 어디에 있느냐

코히어(Cohere)의 고메즈(Gomez) 대표는 최근 '소버린(Sovereign, 주권)'이라는 개념이 왜 중요한지 이렇게 풀이했다. 그는 "주권은 모델을 어디서 학습시켰느냐만이 아니라 어떻게 배포하느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즉, 자국산 모델 자체를 넘겨받아 기업이나 정부가 자기 서버에 깔아 쓰는 방식이 핵심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인터넷이 끊긴 내부 전산망에서도 모델을 계속 돌릴 수 있다. 민감한 업무 자료가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공급사가 서비스 정책을 바꾸거나 연결을 끊어도 이미 설치한 모델은 계속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결국 데이터와 운영권을 직접 갖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코히어, 소비자용 챗봇이 아닌 기업용 모델에 집중

고메즈 대표는 2017년 구글이 공개한 논문의 공저자 8명 중 한 명으로,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를 처음 제안한 논문의 공저자다. 2019년에는 코히어를 공동 창업했다. 코히어는 앤스로픽(Anthropic)처럼 소비자용 챗봇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기업과 정부가 자체 서버나 전용 클라우드에 모델을 설치해 쓸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해온 기업용 모델 기업이다. 고메즈 대표는 "소버린 AI의 핵심은 선택권과 통제권, 그리고 언제든지 이를 쓸 수 있다는 보장"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진출로 증명된 모델

코히어의 최근 독일 진출은 이런 사업 모델을 잘 보여준다. 코히어는 '독일의 오픈AI'로 불려온 알레프알파(Aleph Alpha)와 최종 합병 계약을 맺었다. 알레프알파는 독일 정부·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기업용 모델 회사다. 통합 회사는 토론토와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유럽과 캐나다의 정부·공공기관을 비롯해 금융·국방·에너지·통신처럼 보안 규제가 엄격한 분야를 공략할 계획이다. 모델은 현지 서버에 설치해 쓴다. 모델이 외국 기업 제품일지라도 데이터와 운영 권한은 독일 안에 남는 구조인 것이다. 고메즈 대표는 독일 사례에 대해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국가들이 소버린 AI를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재현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시장의 기회와 한계

고메즈 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한국의 야심이 소버린 기업용 모델에 대한 접근성을 앞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입 의지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기업이나 정부가 직접 통제하며 쓸 수 있는 기업용 모델 선택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이 프런티어급 모델을 처음부터 직접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는 "국내 역량과 소버린 배포는 함께 갈 때 가장 잘 작동한다"며 두 접근이 공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히어는 작년 네이버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네이버와 한국어·금융 특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연내 한국 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