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의 전망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경제학자 스테인 반 니우어버그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은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간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총 10조 3000억 달러(약 1경 40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규모는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과 맞물려,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건설·고용 효과 본격화

인프라 투자는 건설과 고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침체된 건설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민간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계절조정 기준 370억 달러(약 50조원)가 투입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0억 달러(약 12조원)가 늘었다.

반면 주택, 아파트, 쇼핑센터 등 데이터센터를 제외한 민간 건설 지출은 같은 기간 전년 대비 약 460억 달러(약 62조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데이터센터가 전체 건설 시장의 활력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임을 알 수 있다.

고용 효과 역시 두드러진다. 링크드인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데이터센터 확대로 미국에서 7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고 추산한다. 데이터센터 부문 자체에서도 2024년 이후 11만 7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 관련 채용 공고의 중간 연봉은 약 18만 달러(약 2억 4600만원)로, 전체 채용 공고의 중간값인 8만 달러(약 1억 9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전력·부채·물가 부담 커진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전력과 인력을 빨아들이면서 다른 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선점하면서 토지 가격과 관련 분야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확대에 따른 금융 부담도 커지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개 대형 기술기업의 자본지출은 2029년까지 4년간 4조 2000억 달러(약 57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채를 통해 조달되면서, 사업에서 충분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으로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장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미국의 컴퓨터와 디바이스, 반도체 수입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일자리와 자산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전력과 인력 부족, 물가 상승과 부채 확대 등 미국 경제에 새로운 부담도 만들고 있다. 결국 산업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투자 지속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