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퀄컴이 지난 7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인 모듈러를 약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반도체 회사가 거액을 들여 소프트웨어 회사를 사들인 사례는 이례적이며, 그 배경에는 엔비디아에 대한 대체 전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탈엔비디아 생태계, 하드웨어 선택권 확보

23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6'에서 퀄컴은 '통합 AI'라는 별도 세션을 마련했습니다. 모듈러의 공동창업자이자 현재 퀄컴 첨단 소프트웨어·플랫폼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 잡은 크리스 래트너가 직접 무대에 올라 인수 이후의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칩의 종류가 달라도 같은 소프트웨어로 개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앙처리장치(CPU)마다 별도의 개발 환경을 만들 필요를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엔비디아가 'CUDA'라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높은 진입장벽을 세웠다면, 퀄컴은 여러 회사의 칩을 아우르는 개방형 생태계로 승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스마트폰까지, 사업 영역 확장

가속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문제는 칩마다 개발 방식이 달라 모델을 옮길 때 추가적인 개발과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모듈러는 이를 하나로 묶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인 '모조(Mojo)'와 인프라를 관리하는 '모듈러 클라우드'가 핵심입니다. 현재 6개 주요 하드웨어 업체의 서로 다른 6개 아키텍처를 하나의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래트너 부사장은 이날 "모듈러의 핵심 미션은 이기종 컴퓨팅을 개방하는 것"이라며 "개발자가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용도에 가장 적합한 하드웨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개발자 확보

퀄컴이 모듈러에 40억달러를 베팅한 배경에는 사업 영역 확대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자동차, 웨어러블을 넘어 데이터센터용 반도체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제품이 많아질수록 서로 다른 칩을 하나로 연결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커집니다.

인수 전부터 모듈러의 소프트웨어를 퀄컴의 데이터센터용 '드래곤윙'에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인수 이후에는 이를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스냅드래곤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래트너 부사장은 이날 모조와 맥스 등 모듈러 소프트웨어를 스냅드래곤에 적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퀄컴은 모조를 윈도에서 별도의 변환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작업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이는 수많은 윈도 개발자를 모듈러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입니다.

관건은 개발자 확보다. 모듈러의 스냅드래곤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퀄컴이 약 5조6000억원을 들여 확보한 소프트웨어에 얼마나 많은 개발자와 반도체 업체를 끌어들일지가 '탈엔비디아' 생태계 구상의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