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세트, 중고거래로 다시 돈이 된다

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직장과 지인들로부터 받은 선물세트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려 현금을 마련하려는 '명절 짠테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흐름과 함께 중고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등장한 이 새로운 명절 풍속도는, 선물 문화가 실리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물세트, 수백 건의 판매 글이 쏟아졌다

25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중고나라'에는 '추석 선물세트', '스팸 세트', '식용유 선물세트' 등을 검색어로 한 판매 글이 수백 건 이상 올라왔다. 가장 인기를 끄는 품목은 통조림 햄, 식용유, 참치, 샴푸·치약 등 실생활에 유용한 생필품 세트다.

시중가 대비 20~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이 현상의 특징이다. 정가 5만원 상당의 스팸 선물세트는 2만~3만원 선에, 8만원 안팎의 건강기능식품은 4만~5만원대에 내걸려 있다.

줄이는 소비, 아끼는 소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캔햄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1)씨는 "1인 가구라 회사에서 받은 대형 통조림 햄 세트나 식용유 세트를 혼자 다 소비하기 어렵다"며 "집에 보관하다 유통기한을 넘기느니 당근으로 팔아 생활비에 보태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구매자 측면에서도 이 흐름은 뚜렷하다. 고물가 속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 싼값에 올라온 명절 선물세트를 챙기는 모습이다. 가정주부 이모(58)씨는 "명절이면 스팸이며 식용유 같은 물품들이 싸게 올라와 구매하곤 한다"며 "마트보다 훨씬 싸니까 유용하다"고 말했다.

불황형 소비, 명절테크의 일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장기화된 고물가·고금리 여파 속에서 나타난 불황형 소비 패턴, 이른바 '명절테크(명절+재테크)'의 일환으로 본다. 예전처럼 체면상 주고받던 선물 문화가 실리 중심으로 바뀌면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합리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선물세트를 중고로 거래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현행법상 개인 간 거래가 금지된 품목을 올렸다가는 자칫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거래 불가 품목, 처벌까지

대표적으로 주류(양주, 전통주 등)는 주류 판매 면허 없이 개인이 거래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증정용 화장품 샘플이나 소분한 화장품, 의약품 및 도수 있는 안경·콘택트렌즈 등도 거래 불가 품목이다.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시범사업 시행에 따라 현재 당근, 번개장터 등 지정된 식약처 양해각서(MOU) 체결 플랫폼에서만 한시적으로 개인 간 거래가 허용된다. 거래 시에도 미개봉 상태여야 하며, 반드시 건강기능식품 전용 카테고리를 통해 등록해야 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명절 중고거래는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거래 불가 품목인지 사전 확인이 필수적"이라며 "플랫폼 차원에서도 명절 전후 불법 거래나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