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덮쳐도 멈추지 않는 미군 기지, 괌 주민들의 연대와 저항

2026년 8월 14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반전·반기지운동 국제토론회'가 열렸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민중행동, 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가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하와이, 필리핀, 괌,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한국의 군산·소성리 주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미군기지와 군사훈련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에 맞서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各自的 경험을 나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동아시아와 태평양 곳곳에서 군사기지를 확대하고 다국적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와이의 림팩(RIMPAC), 필리핀의 발리카탄, 괌의 군사기지화, 오키나와의 미군·자위대 기지 확대는 한국의 평택·군산 미군기지와 소성리 사드기지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이번 토론회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매주 한 차례, 총 8회에 걸쳐 각 지역의 현실과 저항을 소개한다. 하와이의 미군 토지 임대와 반환운동을 시작으로 필리핀, 괌, 오키나와, 군산, 소성리를 차례로 살펴본 뒤, 미국 내 반제·반전·반기지 연대운동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동아시아 군사기지화를 짚어볼 예정이다.

태풍과 병행되는 기지 확장의 모순

괌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풀뿌리 평화·환경 단체 프루테히 과한(Prutehi Guåhan, '괌을 지켜라'라는 뜻의 차모로어)의 내크 플로레스 활동가가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괌의 실태를 살펴본다. 프루테히 과한은 미군 기지 확장과 실탄 사격장 건설로 위협받는 괌의 생태계와 조상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괌 원주민, 즉 차모로족 중심의 단체다.

불과 몇 달 사이 마리아나 제도는 두 차례의 초강력 5등급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4월에는 슈퍼태풍 신라쿠가 섬들을 강타했고, 7월에는 다시 슈퍼태풍 바비가 몰아쳤다. 특히 북마리아나제도 연방은 이 두 차례의 태풍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주민들은 아직 태풍 피해를 복구하는 중이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에도 마리아나 제도에서는 전례 없는 규모의 군사력 증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군사화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섬의 상황을 악화시키며, 거대한 태풍을 견디고 피해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역사회의 회복력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재난 발생 시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서는 주체는 대부분 미군과 미국 연방정부다. 이 현실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운동을 지속적으로 조직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태풍이 닥치기 전부터 섬들은 이미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으며, 지역 주민 상당수가 군에 복무하거나 미국 연방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식민지라는 현실 때문에 빈곤과 의존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해 군산복합체와 전쟁경제에 계속 얽매여 있다.

태풍은 전력과 수도 등 기반시설과 수많은 주택에 큰 피해를 입혔다. 여러 가정은 몇 주 동안, 길게는 한 달 넘게 전기와 수도 없이 지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미군의 군사훈련은 멈추지 않았고, 주민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사업 계획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 역시 그대로 진행됐다.

초강력 태풍으로 전기가 끊기고 휴대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마저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은 의견수렴 절차에 참여할 수조차 없었다. 두 번째 태풍이 닥치기 불과 2일 전, 마리아나 제도에서는 '밸리언트 실드(Valiant Shield)' 군사훈련이 벌어졌다. 격년으로 실시되는 이 훈련은 하와이의 땅과 바다, 지역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림팩을 앞두고 진행됐다.

밸리언트 실드 역시 림팩과 마찬가지로 퇴역 군함을 바다로 끌고 나간 뒤 전투기와 잠수함에서 폭탄과 어뢰를 발사해 침몰시키는 침몰훈련(SINKEX)을 포함하고 있다. 폭파된 함정의 잔해는 그대로 바다에 남겨지며, 이를 수거하거나 오염을 정화하는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잉사는 괌 바로 북쪽 로타섬에서 자사의 '고스트 배트(Ghost Bat)' 무인기가 운용된 사실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훈련과 첨단 무기 운용이 이어지는 동안 로타섬은 불과 며칠 뒤 태풍 바비의 직격탄을 맞았다.

주민들은 주거 불안, 식량 불안, 의료서비스 부족이라는 여러 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태풍 피해를 복구하고 있는 지금, 이것이 주민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진정한 '안보' 문제다. 그러나 미군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계속해서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괌 전체 면적의 약 30%를 미군기지가 차지하고 있으며, 괌정부가 소유한 토지는 19%에 불과하다. 괌의 전체 인구는 약 15만 3천 명 수준이나, 여기에 2만 1천 명 이상의 미군 주둔 병력과 군무원 가족이 거주한다.

괌은 이른바 '제2도련선(second island chain)'의 일부다. 미국은 태평양 전역에서 미크로네시아연방과 팔라우공화국을 비롯한 여러 주권국가들을 미군 전력 투사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 섬과 태평양 여러 지역을 전쟁을 위한 활동 무대로 삼아 제국주의적 군사 지배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심해 채굴로 이어지는 자원 수탈

괌을 비롯한 미 점령지에서 자원을 둘러싼 식민주의적 약탈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리아나 제도와 아메리칸사모아 일대에서 심해 광물 채굴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는 태평양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파괴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우리의 주권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심해에서 채굴하려는 광물은 무기 생산과 군사용 인공지능 기술에 사용된다.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로부터 이러한 광물을 구매해야 하는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더욱이 심해채굴 대상 지역은 미군이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기시험을 벌이는 '마리아나 제도 시험·훈련구역(Mariana Islands Testing and Training Area)'과 겹친다. 이미 군사훈련과 무기시험으로 지속적인 환경 부담을 받고 있는 바다에 심해채굴이라는 또 다른 대규모 개발이 더해질 수 있다.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인 바다가 한편에서는 군사훈련장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방위산업과 첨단 군사기술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 모두는 오랜 세월에 걸친 군사 오염의 유산을 공유한다.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 딜드린, PFAS와 PFOS, 납, PCB, 기름 유출, 불발탄, 그리고 마셜제도에서 자행된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까지. 태평양의 섬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군사적 오염을 감당해 왔다.

괌은 미국의 주가 아닌 미국령이라는 정치적 지위 때문에, 미군 활동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미국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책임을 묻는 데 큰 제약을 받는다. 주변의 미크로네시아연방이나 팔라우 같은 독립국가들도 사정은 다르며, 미국과 맺은 안보협정에 따라 미군에 광범위한 군사적 권한을 허용한다. 그 결과 우리 섬들은 권리를 박탈당한 채 미군의 군사적 전초기지이자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법적 대응과 공동의 요구

오는 10월 7일, 우리 단체를 대리하는 환경법률단체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의 변호사들이 '미 공군 대 프루테히 과한(U.S. Air Force v. Prutehi Guåhan)'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구두변론에 나선다. 우리는 미 공군이 야외 폭발처리(open detonation)를 추진하면서 국가환경정책법(NEPA)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미 공군은 환경에 미칠 영향과 주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분석하지 않았고, 더 안전한 대안이 있는지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으며,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협의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미 공군은 우리 단체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는 앞선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사건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미 공군의 맞소송으로 주민들이 요구해 온 정의의 실현이 또다시 늦춰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위험한 폭발작업이 괌 주민들이 의존하는 유일한 지하수원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해당 토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제 수용권을 통해 차모루(Chamoru) 주민들에게서 빼앗은 땅이기도 하다.

미국은 과거 우리 섬들에 수천 파운드에 달하는 폭발물을 퍼부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마리아나 제도 곳곳에 수많은 불발탄이 남아 있다.

괌 북쪽 티니안섬에는 비상전개 비행장이 있다. 티니안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파괴한 핵폭탄을 싣고 출격한 폭격기가 떠났던 바로 그 섬이다. 미군은 다시 이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괌이 공격받을 경우 미군 병력과 장비를 티니안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것이다.

6월 29일(현지시간) 괌 캠프 블라즈에서 열린 밸리언트 쉴드 훈련 중 하층 대공·미사일 방어 레이더(LTAMDS)가 공개된 바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감행되는 집단학살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군수기업들이 마리아나 제도의 군사력 확장 과정에서도 이익을 취하고 있다. 마리아나 일대에서는 가자지구에 투입되는 것과 동일한 무기와 전쟁 기술이 훈련되고 시험된다. 미국의 지속적인 점령과 강제 분단, 그리고 이로 인해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전쟁 상태 역시 우리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분과 손잡고 다음과 같이 한목소리로 요구한다. 우리는 모든 전쟁 연습의 중단을 요구한다. 우리는 환경 오염물질에 대한 정화 및 복원, 미군 기지의 철수, 그리고 수탈된 토지의 반환을 요구한다. 우리는 과거 및 현재 진행 중인 미군에 의한 성폭력 범죄와 일체의 전쟁 범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역사 정의 실현을 촉구한다. 우리는 모든 점령지에서의 완전한 비식민화(Decolonization)를 위해 투쟁하며, 심해 광물 채굴과 식민지적 자원 수탈에 저항한다. 과한에서 한국까지, 우리는 우리 공동체의 자유와 정의를 위해 연대하며 함께 행동할 것을 약속한다.

미 제국주의와 군산복합체에 맞서 함께 투쟁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감사합니다(Si Yu'us Ma'å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