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석호에서 1년 넘게 머문 돌고래 '밈모', 무리한 구조보다 공존을 권고

이탈리아 북동부의 관광 도시 베네치아에서 지난해 6월 처음 목격된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는 산마르코 광장 앞바다 석호를 떠나지 않고 몇 달간 관찰돼 현지에서 '밈모'라는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다. 첫 발견 이후 1년이 넘은 최근까지도 미 CBS 방송은 밈모가 여전히 산마르코 광장 수역 등에서 정기적으로 목격된다고 전했다.

밈모를 몇 달간 관찰한 이탈리아 연구진은 이 돌고래가 복잡한 도심 수로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상버스와 곤돌라를 피하며 아슬아슬하게 생활하는 밈모의 등지느러미와 등 부분에는 선박 프로펠러에 의한 병변이 관찰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산마르코 수역에서 선박과 음향 장치를 이용해 밈모를 내보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밈모는 원래 위치에서 약 3킬로미터(km) 이동한 뒤 다시 돌아와 원래 수역에 잘 적응한 상태라는 판단이 나왔다.

적응력 뛰어난 돌고래, 무리한 포획보다 공존을 강조

보전 수의병리학자 귀도 피에트로루옹고 박사는 학술전문저널 <프론티어스>에 논문을 펴내며 밈모가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돌고래가 도심 지역에서 관찰되는 건 특별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매우 적응력이 뛰어나고 기회주의적인 해양 포유류"라며 "밈모는 건강해 보이며 정기적으로 숭어를 먹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밈모가 "구조"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하고, 무리한 포획 시도가 돌고래를 익사하게 하거나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줘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포획에 성공해 밈모를 아드리아해 개방된 수역으로 옮기더라도 이미 내륙 수역에 적응한 이 돌고래가 다시 돌아오거나 다른 내륙 수역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 행동 관리가 핵심, 야생동물 공존 모범 사례로

논문은 "공존"을 강조하며 돌고래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위, 돌고래 부상 위험을 높이는 선박 근접 운항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구진은 밈모의 서식이 "도시환경에서 인간과 야생동물 공존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길 희망했다.

이 논문 주저자이자 40년간 아드리아해 돌고래를 연구해 온 조반니 베아르지 박사는 "이 문제는 돌고래를 관리하는 것보다 인간 행동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정말 특이한 건 돌고래의 존재가 아니라 오늘날 인간이 이러한 동물들을 존중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상어 '부캉이'와 템스강 벨루가 '베니', 과거 사례를 통해

부산 북항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는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2018년 영국 템스강에 나타난 흰돌고래(벨루가) '베니'는 약 3개월간 건강히 지내다 원 서식지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9월 25일 런던 동쪽 켄트주 그레이브센드 인근 템스강 하구에서 처음 목격된 베니는 주민들과 인근 런던 시민들이 출근도 잊고 몰려 들었다고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당국은 사적 구조 시도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고, 구조대가 벨루가가 위험에 처할 것을 대비해 대기했다. 전문가들은 베니가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청소년기 벨루가일 것으로 추측했으며, 베니는 그 해 크리스마스 직전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2019년 초 원래 서식지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7월 런던항만청 대변인은 베니가 새해 첫날 무렵 "헤엄쳐 집으로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벨루가는 주로 북극해 주변에 서식한다.

아픈 채 강으로 밀려온 고래들, 영양실조로 사망

아픈 채 강으로 사실상 좌초해 밀려 온 고래도 있었다. 2022년 프랑스 센강에선 범고래가 목격됐다. 이 범고래는 2022년 5월 16일 해안가인 노르망디 인근 르아브르와 옹플뢰르 사이 강어귀에서 첫 목격된 뒤 상류로 수십 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왔다. 방향 감각을 잃고 흘러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 이 범고래는 약 2주 만인 5월 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국은 이전에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범고래 소리를 내며 이 고래를 바다로 유도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해당 범고래는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이 의심됐지만 이후 프랑스 당국은 부검 뒤 사인을 영양실조로 진단했다. 무리에서 분리된 뒤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쇠약해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두개골 하단에선 총알이 발견됐는데 이는 직접적 사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진단됐다.

같은 해 8월 쇠약해 보이는 벨루가 한 마리가 센강을 거슬러 파리에서 약 70킬로미터 지점까지 올라왔다. 이 벨루가는 심각한 저체중 상태로 피부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벨루가는 센강으로 진입한 뒤 수일 간 먹이를 먹지 않았고 제공된 먹이도 거부했다. 결국 당국은 벨루가를 구조해 기력을 회복하게 한 뒤 바다로 돌려보낼 계획을 세웠지만 실패했다. 벨루가 인양엔 성공했지만 쇠약해진 이 흰돌고래는 해안으로 이동하는 동안 버티지 못했고 결국 안락사가 행해졌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로리앙 해안에서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