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등학교 강당에서 스웨덴 축구의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잉글랜드와 치른 A매치에서 날린 바이시클킥 골 장면을 화면이 반복해 방영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축구사에 손금도 못 꼽을 정도로 환상적이고 과감한 득점 장면이 계속 떠 오른 뒤, 이를 학생들에게 예시로 든 인물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맥밀런 프린스턴대 교수였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재단 산하 노벨프라이즈아웃리치가 함께 여는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6’ 행사에 나가기 위해 방한한 맥밀런 교수는 이날 서울과학고를 찾아 미래의 노벨상을 꿈꾸는 학자들을 향해 “과감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봐라”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그 실천의 사례로 바로 즐라탄이 보여준 골 장면이 자리 잡은 셈이다.

스코틀랜드의 철강회사 노동자 집안에서 자란 맥밀런 교수가 노벨상이라는 성취에 이르기까지 겪은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스스로 “형제 중 첫째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에 번 월급이 30년간 철강회사에서 일하며 벌어 낸 아버지의 월급보다 더 많았다”며 “그래서부터 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이 시작된 것”이라며 웃음으로 풀었다. 형이 물리학을 공부하는 대신 화학 쪽에 관심을 보인 그가 글래스고에서 공부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야만 하는 과정 역시 쉽지는 않았다. 18통의 편지를 직접 보낸 뒤 19번째 편지에서야 겨우 답장이 돌아와 입학과정을 밟고 미국행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그는 “교육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권과도 같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UC어바인과 버클리 등 여러 곳을 거치며 현재 프린스턴대 교수가 된 맥밀런 교수는 비대칭 비금속 유기촉매를 개발한 공로로 당뇨병 치료제 제조에 활용되는 성과를 거두며 노벨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과학과 기술의 역사를 보면 인간이 근본적인 무엇인가를 일단 이해한 뒤에야 비로소 폭넓은 활용이 시작된다”며 “먼저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흥미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노벨상을 “대표로만 받았을 뿐 동료 교수들과 연구실 학생들이 함께 수상한 것”이라고 밝힌 맥밀런 교수는 “많은 실패도 겪었지만 돌아보건대 실패는 답을 찾기 위한 여러 길 중 지나치지 말아야 할 길을 알려주었던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며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여전히 사람인 당신이 고삐를 잡고 결정을 내리니 겁내지 말고 시도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