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 도구와 가짜 면접이 만든 보안 구멍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63억 4,00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산이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해커들은 인공지능(AI) 개발 도구와 가짜 채용 면접, 그리고 악성코드를 동원해 수개월 동안 내부 시스템에 잠입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개발자를 정밀 타격하여 내부 정보를 빼낸 뒤, 가상화폐 지갑의 거래 승인 권한까지 장악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대규모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 관련 해킹 조직을 지목했다.

리처드 텅 바이낸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29일 터진 해킹 사건의 상세한 경위를 상세히 공개했다. 텅 CEO는 이번 사태가 특정 직원의 개인 노트북 하나에서 벌어진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공격자들이 수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치밀하게 내부 침투 경로를 설계하고 구축해 왔다고 강조했다.

6월부터 시작된 정교한 침투 과정

해킹의 서막은 지난 6월에 올랐다. 당시 바이낸스의 지갑 운영 및 개발을 담당하던 한 엔지니어가 검색엔진을 통해 AI 코딩 도구를 탐색하던 중, 해커들이 교묘하게 변조한 도구를 설치하며 침투가 시작됐다. 정상적인 프로그램처럼 위장한 악성 소프트웨어는 직원의 업무 패턴과 시스템 정보를 탈취하는 통로가 됐다. 바이낸스 측은 이상 징후를 포착한 뒤 해당 기기를 교체하고 인증 체계를 변경했으나, 이미 해커들은 일부 내부 정보를 손에 넣은 상태였다.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9월에 또 다른 엔지니어를 겨냥해 이어졌다. 해커들은 채용 담당자를 사칭해 여러 차례 가짜 면접을 진행하는 수법을 썼다. 면접 과정에서 전달된 코딩 과제에는 보안 시스템의 탐지를 피하도록 설계된 악성코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텅 CEO의 설명에 따르면, 해커들은 확보한 내부 AI 도구를 이용해 침투 속도를 높였으며, 결국 가상화폐 지갑의 거래 승인 시스템까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북한 배후 지목과 자산 복구 노력

이러한 일련의 공격은 지난달 29일,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탈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FBI는 지난달 31일, 이번 사건을 일으킨 배후로 북한과 연계된 해킹 그룹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텅 CEO는 북한의 소행임을 직접적으로 단언하지는 않았으나, FBI의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바이낸스는 현재 피해를 입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보충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텅 CEO는 탈취된 63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자산 중 98%를 자체 자금 등으로 다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탈취된 돈을 모두 되찾았다는 의미는 아니며, 유동성이 낮은 나머지 자산에 대해서는 현재 매입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바이낸스는 고객의 손실을 전액 보전하기 위해 자체 준비금을 투입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업계의 공동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테더와 서클, 리플 등 주요 협력사들은 약 3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베이스 또한 해킹된 지갑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며 바이낸스에 지원 의사를 밝혔다. 바이낸스는 피해를 입은 지갑 시스템과 내부 AI 도구를 전면 재구축했으며, 전 직원의 기기와 인증 토큰을 교체하거나 폐기하는 등 보안 점검을 강화했다. 텅 CEO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모든 조치를 검토하는 한편, 수사기관 및 업계와 24시간 협력해 자금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