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한 사과와 당내 혼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 참석해, 지난 8·17 전당대회 당시 주장했던 '반명(반이재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 사과 직후 정청래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친청계 의원들이 강력한 반발을 이어가면서, '신천지'를 둘러싼 당내 내홍이 다시 격화되는 양상이다. 스스로 의혹을 제기했던 김 대표의 리더십 또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김 대표의 사과는 예기치 못한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김 대표의 측근 참모들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집단 입당 및 전당대회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 공개 취소나 사과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박선원 '당원 정비 태스크포스(TF)' 단장이 조사 내용을 공유하고 자유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김 대표가 갑자기 단상에 올라선 것을 보고 현장에서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김성회 원내대변인은 의총 종료 후 김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시 제기했던 비밀연합설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음을 밝히며 사과했다고 설명했으며, 이에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사를 준비했던 박선원 단장은 사전 협의 없이 사과가 진행된 것에 대해 당혹감을 표했다.

계파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

이번 사과는 신천지 의혹을 매개로 촉발된 계파 간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지난 8·17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신천지 개입설을 제기한 뒤, 당선 이후 TF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달 초 조사가 일단락되었으나 결과 공유를 미뤄온 상황에서, 친청계는 실체가 있다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해 왔다. 정 전 대표 역시 숨기는 쪽이 진범이라며 날을 세워왔다.

사과 직후 친명계(친이재명계)에서는 당의 통합을 강조하며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김동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당내 결속을 위해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를 흔들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청래 전 대표는 김 대표의 공개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며 정면충돌했다. 정 전 대표는 의총 이후 인터뷰에서 당원들에게 혼란과 모욕을 주고 당을 위험에 빠뜨린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며, 결과적으로 정청래와 당원은 무죄이나 김 대표는 유죄가 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이번 의혹 제기가 성공한 정치 공작으로 끝났다고 적었으며, 지난달 31일에는 취임 100일 시점에 맞춰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예고를 남기기도 했다. 최민희, 이성윤, 한민수 최고위원 등 친청계 핵심 인사들 역시 김 대표의 공개적인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흔들리는 리더십과 당 지지율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본인이 직접 제기해 석 달 가까이 끌어온 의혹을 '사과'라는 형태로 마무리하면서, 저조한 당 지지율 속에서 리더십의 권위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지난달 27~29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35%를 기록해 국민의힘(30%)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발표된 당 전국여성위원장 선거에서는 친명계인 김남희 의원이 친청계 소속의 재선 의원인 문정복 의원을 제치고 당선권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