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을 향한 중재 시도와 엇갈리는 전선 상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의 3자 회담이 오는 11월 10일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하는 이번 회담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학교와 정유 시설 등을 겨냥한 공습을 지속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임명된 스티브 윗코프는 지난 2일 자신의 SNS인 엑스(X)를 통해 이번 중재 계획을 공식화했다. 윗코프 특사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11월 10일부터 11일까지 아부다비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실무급 협상을 주관할 방침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전후 안보 체계 구축과 긴장 완화, 인도주의적 지원 및 평화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단계 설정에 맞춰져 있다.
이번 협상은 지난달 2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윗코프 특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3자 대화 재개에 합의한 결과물이다. 미국 측 중재로 양국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은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 회담 이후 9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앞서 미 협상단은 이번 주(3~7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영국,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EU), 나토(NATO) 관계자들과 사전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요구하는 종전 조건과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보 보장책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영토와 안보를 둘러싼 팽팽한 입장 차이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협상 일정을 공식 확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 대표단이 11월 10일 아부다비로 이동해 3자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 수석 대표는 지난 2월 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가 맡게 된다.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전후 국경 획정 문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의 영유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루한스크주의 대부분과 도네츠크주의 약 80%를 점령한 상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국경을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군사적 요충지를 양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을 내줄 경우 수도 키이우로 이어지는 지형이 완만한 내리막이라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안보 보장 방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서방 군대의 자국 내 주둔을 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프랑스와 영국 등은 다국적 안보군 파병을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움직임을 나토의 동진 시도로 규정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계속되는 공습과 격화되는 교전
회담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현장의 긴장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일 밤부터 3일 아침 사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289대의 드론과 6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르키우주에서는 의료시설이 타격을 입어 73명이 부상당하고 226명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또한 2일 오전에는 자포리자주 코미슈바하의 구호물자 배급센터와 대피소가 폭격당해 최소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 민간인의 일상을 파괴함으로써 우크라이나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유럽의 지원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모스크바 북쪽의 야로슬라블 정유공장을 드론으로 타격했다. 미하일 예브라예프 야로슬라블주 주지사는 해당 시설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연료 공급을 차단하고 전쟁 자금줄인 에너지 수출을 타격함으로써 러시아의 군사 작전 비용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