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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월세’ 시대 진입…지금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닌 과감한 주택공급 전환

서울 ‘고월세’ 시대 진입…지금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닌 과감한 주택공급 전환

서울 주택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집값 상승률이 연 3%대를 넘어선 데 이어 월세 부담까지 빠르게 커지면서, 이른바 ‘고월세’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신호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은 여전히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릴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지만, 시장이 체감할 만한 공급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전망을 보면 불안 요인은 더욱 분명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서울 집값이 6% 이상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4%대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과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셋값 역시 서울과 수도권 모두 올해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로, 주택 가격이 실물경제를 앞질러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돼 지역 간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자산 쏠림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이미 전국의 40%를 훌쩍 넘었고, 국토 면적의 극히 일부에 전체 주거 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집중돼 있다. 주택시장 위험지수 역시 서울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반면, 비수도권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집값이 소득과 지역경제 규모를 넘어 과도하게 부풀어 있다는 신호이자, 시장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경고다.

임대차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서울의 월세 거래 비중은 60%를 넘어섰고, 월세 상승률은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위 월세는 이미 가구 중위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주거비 부담이 소비 여력을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외지인의 서울 주택 매입 비율까지 높아지면서, ‘똘똘한 한 채’로 대표되는 수요 집중 현상은 더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절벽이 예고된 상태에서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만 억누를 경우, 매매시장보다 임대시장의 불안이 먼저 터질 가능성이 크다. 월세 급등과 전세 품귀는 그 전조에 가깝다.

환율 불안과 물가 상승도 주택시장과 맞물려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 이후 소비자심리는 위축됐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커졌다. 고물가 속에서 전월세 부담까지 늘어나면 서민 가계의 압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년 경제 안정의 관건은 환율과 함께 서울 주택시장을 얼마나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규제의 반복이 아니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전략이다. 정부는 신년 초를 넘기기 전에 실질적인 주택공급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용산정비창과 같은 도심 핵심 부지는 공공주택 비중을 과감히 늘려 상징적인 공급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 철도 역사 복합개발, 노후 공공청사 재건축 등 이미 약속했던 도심 공급 방안도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 된다.

부지를 새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 역세권과 공공부지 개발은 비교적 빠르게 물량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다.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해 오래된 철도역과 공공시설을 주거·업무 복합공간으로 전환한다면, 공급 속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주택시장의 불안은 단순히 부동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자산 쏠림과 금융 불균형,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제 전반의 리스크다. 정책적 창의력과 실행력을 총동원해 주택공급 전략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고월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서울의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주택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