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공항 출국장에서는 요즘 항공권보다 휴대전화 화면을 다시 확인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확인하는 것은 목적지나 일정이 아니라, 항공권에 덧붙는 세금과 수수료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어디로 갈까”가 아니라 “얼마가 더 붙을까”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여행을 예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먼저 ‘비용 구조’를 통과하고 있다.
내년 7월 예정된 일본 출국세 인상은 여행을 비싸게 만든 단일 원인이기보다는, 이미 바뀌고 있던 비용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낸 계기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현재 1인당 1000엔인 국제관광여객세를 3000엔으로 세 배 인상할 계획이다. 제도 도입 이후 첫 인상이다. 여기에 더해 2028년부터는 무비자 입국객을 대상으로 전자도항인증제도(JESTA)를 도입해 입국 전 온라인 심사 수수료도 부과할 예정이다. 논의되는 금액은 2000~3000엔 수준이다.
이 두 제도가 시행되면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입출국 과정에서 1인당 최대 5000~6000엔의 고정비를 부담하게 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4만5000원에서 5만4000원 수준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는 왕복 기준 18만~22만원의 비용이 자동으로 붙는다. 이 비용은 숙박비나 항공료처럼 선택에 따라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 일정과 무관하게 반드시 발생하는 고정비다. 여행의 끝에서 정산하는 비용이 아니라, 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조건으로 먼저 부과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 일본 호텔 시장의 움직임이다. 중국 단체 관광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일본 내 호텔들은 객실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국내 주요 여행사들에 따르면 일본 패키지 상품 예약은 전년 대비 25~30% 증가했고, 도쿄·오사카·후쿠오카 같은 대도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까지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는 소비 여력이 갑자기 확대됐다기보다, 가격을 낮춘 공급이 이동을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민간은 가격을 낮춰 수요를 만들고, 국가는 그 수요 위에서 세금과 수수료라는 고정비를 올린다. 관광객 수는 늘지만, 여행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부담은 줄지 않는다. 부담의 총량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항공료와 숙박비에서 세금과 수수료로 형태만 이동한 것이다. 통계상 회복과 체감상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다.
이 같은 비용 구조의 변화는 일본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정비가 올라가면 수요는 이동하고, 그 이동은 경쟁 지역의 관광 구조를 흔든다. 그 영향이 가장 먼저 닿는 곳 중 하나가 제주다. 제주는 일본과 함께 한국인 근거리 해외·국내 여행 수요를 놓고 직접 경쟁하는 위치에 있다. 일본 특가가 풀릴 때마다 제주 항공 수요가 즉각 반응하고, 일본 비용이 오르면 제주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복돼 왔다.
하지만 수요는 단순히 ‘더 싼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여행자는 점점 ‘더 납득 가능한 구조’를 선택한다. 항공권이 싸더라도 세금과 고정비가 과도하게 느껴지면 선택지는 달라진다. 관광객 수가 늘고 줄기를 반복하는 사이, 시장의 변동성은 오히려 커지고 관광 산업의 예측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는 성장이라기보다 진동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제 여행은 다시 계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돈이면 어디가 더 나을까”라는 질문이 반복될수록 관광 경쟁은 장소의 매력보다 구조의 설득력으로 이동한다. 출국세 인상은 여행을 비싸게 만든 원인이 아니라, 그 계산을 더 빠르게 꺼내오게 만든 계기다. 비용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보이지 않던 비용이 의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 속에서 여행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된다. 일본의 정책 선택은 일본에서 끝나지 않고, 곧바로 한국 여행 시장의 비교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비교는 다시 제주를 향한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더 좋아졌는가”가 아니라, “지금의 가격과 조건이 설득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관광 시장은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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