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산업재해 감축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리며 노동정책 전반에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통령이 직접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중대재해를 개인 과실이 아닌 구조적·시스템 문제로 규정한 뒤 감독 강화와 처벌 엄정화, 예방 중심 정책을 병행한 점은 과거와 결이 달랐다. 다만 산재 정책이 노동권·고용구조 이슈까지 동시에 자극하면서 노란봉투법, 정년연장, 초심야 배송 등 굵직한 현안이 한꺼번에 분출했고, 노사 갈등은 연중 내내 ‘진행형’이었다.
산재 감축 ‘국가 과제’로 격상…현장 성적표는 기대 못 미쳐
올해 노동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산재 감축’이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를 OECD 평균 수준(0.29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고위험 사업장 집중감독과 반복 사고 사업장에 대한 고강도 조치, 원·하청 안전 책임 명확화, 지방정부 참여의 지역 단위 예방 체계 구축 등을 추진했다. 메시지와 방향성은 선명했지만 시행 첫해 지표는 엇갈렸다. 1~9월 사업주 안전조치 불이행으로 숨진 근로자가 457명(잠정)으로 전년 동기 대비 늘면서, 감소 흐름이 ‘증가’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장에서는 감독 강화가 곧바로 안전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고, 인력 부족과 공정 압박 구조가 유지되는 한 단기간 성과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는 산재 사망을 ‘후행 지표’로 보며 정책 효과가 체감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내년에는 중소·영세 사업장 중심의 설비 지원과 예방 투자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입법 완료’가 곧 ‘합의’는 아니었다
발의 10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가 핵심으로,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주체까지 사용자 범주에 포함해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길을 넓혔다. 쟁의 범위 역시 확대돼 경영상 결정이나 단체협약 위반 등과 맞물린 합법 파업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여당은 노동권 보호의 ‘미완 과제’를 마무리했다고 강조했지만, 사용자 측은 책임 원칙 훼손과 산업 현장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며 반발했고, 노동계 또한 시행령 과정에서 법 취지가 약화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법은 통과됐지만 제도 안착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년연장 ‘필요’엔 공감, ‘방식’에서 충돌…사회적 대화는 답보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에서 65세 정년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의제로 부상했지만, 연내 입법은 공전했다. 전담 논의기구까지 가동됐으나 노사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여당은 단계적 정년 연장 시나리오(2년 간격 1년 상향 등)를 제시했지만, 노동계는 법적 정년 연장을 통한 고용 안정성을 요구한 반면 경영계는 임금 부담과 인사 유연성을 이유로 ‘계속고용’ 중심 접근을 주장하며 맞섰다. 임금체계 개편과의 연계 문제까지 얽히며 논의는 평행선을 유지했고, 정치권에선 2029년부터 단계적 상향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초심야 배송 금지 논쟁…노동시간·건강권 ‘기준 만들기’로 이동
0시~5시 초심야 배송 금지 논의는 장시간·야간노동의 건강 위험을 근거로 다시 부상했다. ILO·WHO 권고와 국내외 연구 축적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업종 특성과 생계 문제를 이유로 반응이 엇갈렸다. 특히 당사자 노조가 전면 금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사회적 논쟁이 확산됐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야간노동 ‘전면 금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휴식시간 보장·연속 근무 일수 제한 등 건강권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실태조사를 거쳐 노동시간 관리 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건강권, 산업 운영 방식 간 균형점을 찾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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